[DVD]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 확장판 [리뷰] 각종 리뷰

 


 반지의 제왕 확장판 DVD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반지의 제왕에 관한 내용들이 더러 첨부되어 있습니다. ^^


 (1) 개괄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J.R.R 톨킨의 동명 소설을 피터잭슨 감독이 영화화한 작품이다. 소설과 같이 총 3부작 (반지 원정대, 두개의 탑, 왕의 귀환)으로 구성되어있으며 반지 원정대는 그 3부작 가운데 1부에 해당된다.

사실, 원작 소설의 지명도나 인기, 문학성 등을 고려할 때, 이 작품이 지금까지 영화화되지 못했다는 것은 자못 놀라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면을 알게되면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는 바 - 이전까지의 영화 기술은 톨킨이 묘사한 장면들을 모두 연출할 수 없었던 것이다. 「프라이트너」 등의 작품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피터 잭슨은 반지의 제왕을 제작하기로 결정했고, 제작에 관한 소문이 시작되던 때부터 인터넷은 톨킨의 팬들이 내뿜는 열기에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영화가 본격적으로 캐스팅 작업을 하기 전에는, 갠달프 역에 숀 코너리가 물망에 올라있다던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던가하는 이야기가 떠돌았지만, - 지금도 그 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친숙한 배우들과 그리 친숙하지 않은 배우들로 출연진을 짠 제작팀은 장장 3년의 기간동안 영화 제작에 들어갔던 것이다.

반지의 제왕 ; 반지 원정대가 국내에서 개봉했을 때, 필자는 시사회로 두번, 극장에서 두번 관람하는 열정을 보여주었다. 소설 속에서 읽었던 장면들이 화면에서 멋지게 연출되었을 때, 가슴은 떨렸고 그 감동의 여운은 며칠이 지나도 가실 줄을 몰랐다.

극장에서 내린 후, 그리 오래지 않아 반지 원정대의 DVD가 출시되었는데, 당시 필자는 DVD 구입을 참으며 수개월 뒤로 미뤘다. 이유는 단 한가지, 차후 출시될 반지원정대 확장판 DVD에 대한 소식을 들었기 때문.

상영시간과 관련해 삭제할 수 밖에 없었던 장면들을 추가한 네장짜리 DVD가 제작중이라는 것이었다. 반지의 제왕을 좋아하는 나였지만, 일반판을 구입하고 또 확장판을 구입할 정도로 돈이 많다거나 어리석지는 않았던 관계로 참고 또 기다렸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확장판 DVD가 출시되자 테크노마트로 달려가 구입을 하고는 집으로 돌아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플레이어에 밀어넣었다. 영어로 된 매뉴얼을 읽으며 수시간의 감동을 해쳐나갔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이 DVD는 여러 잡지나 홍보에서 나왔던 멘트 그대로 DVD의 제왕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일부 사람들은 반지의 제왕 상영 시간이 지나치게 길다고 말한다. 좀 지루한 구석이 있다고…… 반지의 제왕을 좋아하는 나라지만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나 역시 지루한 구석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 그러나 만약 이 DVD를 본다면 그런 생각은 달라지리라. 삭제된 장면의 추가로 인해 러닝타임은 더욱 길어졌지만 이야기의 짜임새는 더욱 건실해졌고, 흐름은 부드러워졌다. 어찌보면 필요하지 않았을 듯 한 장면들이 영화의 적절한 양념 구실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럼, 이 확장판 DVD는 얼마나 원작에 충실할까?

 어떤 영화를 막론하고 소설을 그대로 옮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소설의 묘사에 대한 독자들의 이미지가 서로 다른만큼 그 것을 모두 만족시켜줄만한 장면으로 연출하는 것이 어렵겠거니와, 재미있는 소설도 아무런 가감없이 영화로 옮기면 되려 영화의 재미에 부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은 러닝타임을 고려치 않아도 영화는 관람객들이 지루하지 않을 시간 안에 얘기를 풀어나가야하며, 제한된 예산 안에서 장면을 연출해야한다는 부담을 안게된다. 일부 반지의 제왕 팬들은 원작의 변형을 안타까워하고 나 역시 그러한 안타까움을 품고 있지만 그것은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일. 차라리 원작과 다른 점들을 짚어보는 재미가 있을지도.


 (2) 실마릴리온으로부터 이어지는 대서사시

미들어스에서 시작된 어둠의 역사는 사실, 반지의 제왕에서 다룬 사우론으로부터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J.R.R. 톨킨의 또다른 저작인 『실마릴리온』을 통해 알 수 있는바 - 소설 속의 세계에서 신과 유사한 존재인 발라라는 종족이었던 '모르고스'가 미들어스에 자리잡았던 최초의 어둠이었던 것이다.

'모르고스'는 본디 멜코르라고 불리웠던 강력한 발라 (소설속 세계에서의 신적인 종족)였다. 그는 영광과 위엄을 갖고 있었으나, 힘과 지배에 대한 집착으로 점차 변질되어갔고 악에 빠져들어갔다. 결국 그는 멜코르라는 이름대신 모르고스(어둠의 제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모르고스'는 자신의 의지에 의해 타락시키거나 자신을 따라 타락한 정령들을 변화시켜 자신의 군대로 이용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저 악명높은 '발록'들이었다.

제 1시대는 '모르고스'와 이에 대항하는 발라와 발라의 편에 선 요정들의 전쟁으로 점철되어있다. 고결한 요정의 왕과 군주들은 치열한 전투를 벌였고 갖가지 무용담을 남겼으며, 발록에 대한 깊은 공포가 시작된 것도 바로 이 무렵이었다.


 개인적으로 반지원정대의 하일라이트는 회색의 갠달프와 발록이 카잣 둠의 다리 위에서 펼친 대결이 아닐까 하는데, (물론, 원작과 달리 보로미르의 죽음을 1부로 앞당기면서 보로미르의 죽음 역시 하일라이트로 짚어볼 수 있겠지만) 소설에서는 이 발록에 대해 김리와 레골라스가 보이는 반응에는 매우 강한 공포가 어려있다.

발록은 멜코르를 따르던 불꽃의 정령들이 변화한 모습이다. 제 1시대 요정들의 강력한 무기들로 무장한 요정 왕들과 요정 영주들은 어떤 적도 대적하기 힘든 용맹한 전사들이었지만, 그들에게도 패배는 있었다. 그들은 그들의 패배에 항상 등장하는 악귀를 주목하였다. 엘프들은 그 악귀를 힘센 악귀 뜻의 '발록'이라 불렀다. 발록은 전장에서 모르고스에 맞서는 요정의 왕과 영주들을 살해할 수 있는 강력한 적이었다. 발록에 대한 공포는 매우 깊고 강한 것이었으므로 요정들은 발록의 외모에 대한 상세한 서술을 피했다고 한다. 프로도가 쓴 붉은 표지의 책에서만 상세한 서술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검고 커다란 인간처럼 생겼는데 갈기를 휘날리며 오른손에는 불타는 불꽃 같은 검을 쥐고 있었다.왼손에는 가죽끈이 많이 붙어 있는 무시무시한 불꽃의 채찍이 있었다. 검은 그림자를 주위에 둘렸으며,콧구멍에는 불이 뿜어져 나왔다. 불꽃은 갈기로 옮겨 붙어 이 악귀의 배후에서 시뻘겋게 타오르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그림자는 둘로 갈라져 넓어졌다. 그것은 거대한 날개와도 같았다."
이렇게 강력한 마이어들인 발록들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벨레리안드의 전쟁에서 많은 대부분의 발록들이 전사하였고, 제 1시대의 전쟁은 결국 발라와 요정들의 승리로 귀결되었다. 모르고스의 몰락. 그러나 그 과정에서 모르고스의 부관이었던 마이어 (천사와 유사한 종족) 사우론은 교묘한 화술과 거짓된 복종으로 목숨을 부지하여 계략을 꾸미기 시작하고 모르고스의 몰락으로 시작된 제 2시대를 어둠으로 드리울 씨앗으로 남게되는 것이다.

사우론 역시 제 1시대와 제 2시대에 걸쳐 미들 어스에 어둠을 선사한 무시무시한 어둠의 존재였지만, 그의 군주였던 모르고스나 발록들의 왕이었던 고스모그보다는 약한 존재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우론이 중간계 전체를 위협할 힘을 얻게된 것은 바로 '절대 반지'를 통해서였다. 사우론은 요정들을 속여 마법의 힘을 가진 반지들을 만들어냈다. 그 과정에서 인간들이 소유했던 아홉개의 반지, 드워프들에게 선사된 일곱개의 반지 그리고 마지막에 만들어져 강력한 힘을 가진 불의 반지 나라, 물의 반지 네냐, 바람의 반지 빌랴가 요정들 (각각 회색 항구의 뱃사공인 키르단, 위대한 여요정 갈라드리엘, 최후의 정통 요정왕 가계의 길 갈라드)에게 주어졌다. 그러나 이 것으로 모든 반지로 완성되었다고 믿고 있었을 때 사우론은 몰래 운명의 산에서 절대 반지(the one ring)를 만들어냈다. 이 반지를 통해 사우론은 다른 반지들의 힘과 소유주들을 지배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절대반지로 인해 반지를 선사받은 인간들의 왕, 마법사, 전사들은 사우론의 종속이 되었다. 그들은 제 2시대를 유린한 '나즈굴'들이다. 드워프들은 그러한 유혹에 쉽게 지배받지 않았다. 그들은 오히려 반지를 통해 광석과 미스릴에 대한 탐욕을 키워나갔다. 사우론은 드워프들에게 주어진 반지를 회수하려했으나 그가 회수한 것은 단지 세 개 뿐이었다. 나머지 네 개의 반지는 드워프들이 보물에 대한 욕심으로 드래곤들과 싸움을 치룬 끝에 드래곤들에 의해 파괴되었다.
요정들은 사우론의 간계를 늦게나마 알아채, 절대반지가 완성될 무렵 반지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 것은 사우론에게는 통탄을 금치 못할 일이었다.

불의 반지 나라는 키르단이 서쪽 신들의 땅으로부터 온 마이어인 갠달프에게 선물했다. 가장 강력한 반지였던 바람의 반지 빌랴는 제 1시대의 끝에 사우론을 패망시키며 전사한, 유명한 무기인 아에글로스의 주인 길 갈라드의 사망으로 인간과 요정의 혼혈인 엘론드에게 주어졌다.


 누메노르의 몰락 후, 사우론은 절대반지의 힘을 업고 곤도르를 공격하고, 길 갈라드는 곤도르의 왕 엘렌딜과 힘을 합쳐 사우론에 맞선다. 그리고 모르도르에서 벌어진 마지막 전투에서 결국 사우론은 패배하지만, 길 갈라드와 엘렌딜은 전사했으며, 이실두르는 절대 반지의 유혹에 빠져 반지를 파괴하지 못한 채 제 2시대를 끝내게 되는 것이다.

 

 배긴스의 모험

이실두르의 죽음으로 안두인 대하 어딘가에서 종적을 감춰버린 절대반지는 스메아골이라는 한 호빗의 손으로 넘어간다. 그 과정에서 살인이 있었고, 절대반지는 스메아골을 절대적이고 음험한 매력으로 잠식해들어간다.


 이러한 절대반지가 영원히 스미골의 손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갠달프와 드워프들이 빌보 배긴스를 찾아왔으며, 그들은 드래곤 스마우그로부터 보물을 되찾고자 하였다. 빌보는 그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으며 그 여정 속에 절대반지를 손에 넣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로서는 어느 누구도 그 반지가 절대반지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오래 전 만들어진 많은 마법 반지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 여겼을 뿐. 그리고 이 재앙의 불씨는 결국 빌보 배긴스의 사랑하는 조카인 프로도 배긴스를 험난한 여정으로 몰아넣고야 말았다.

 

(3) 위험의 도래와 사루만의 타락

위험의 도래

빌보 배긴스의 111번째 생일 날. 샤이어에서는 성대한 축제가 열리고, 빌보 배긴스의 친구인 회색의 갠달프가 샤이어를 방문한다. 갠달프는 이 생일 파티 중에 빌보 배긴스가 소유한 반지에 대해 처음으로 의심을 갖게되고. 빌보와 갠달프의 작은 언쟁이 있은 후, 빌보는 반지를 프로도에게 넘겨주길 부탁하고 요정들의 숲으로 떠난다.


 한편, 갠달프는 그 반지에 대한 의심을 풀고자 미나스 티리스의 도서관으로 향한다. 그리고 돌아온 갠달프. 그 반지를 화로에 집어던지고, 프로도는 달아오른 반지에 떠오른 자신이 읽을 수 없는 글자를 발견한다. 갠달프에 의하면 그 것은 모르도르의 사악한 언어로,

One ring to rule them all,
One ring to find them,
One ring to bring them all in the darkness, bind them.

이라는 뜻을 담고 있었다. 사실 갠달프에게 그 것은 절망적인 신호였다. 그는 미들 어스에 파견된 다섯 이스터리 가운데 한 사람으로 중간계의 거주민들을 이끌어 사우론의 위협에 맞서야 하는 마이어였기 때문이다. 그는 사우론의 패망 이후 있을지 모르는 위협에 대비하고 있었으나 막상 닥쳐온 위협의 신호는 그에게는 전율적이고 또 공포스러웠으리라.

갠달프는 프로도에게 달리는 조랑말 여관으로 올 것을 당부하고는, 이 심각한 문제를 논의하고자 이센가드의 백색 탑으로 향한다. 그 곳에서 그는 훌륭한 조언자를 만날 요량이었다. (이런 부분들은 영화와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책에서는 빌보의 생일 이후 프로도가 조랑말 여관으로 떠나기까지 약 10년 이상의 시간 간격이 보인다.)

 이스터리들의 정체

회색의 갠달프. 중간계에서 그가 언제 어디서 온 누구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자들은 거의 없다. 그가 중간계에 기거한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무척 오래된 것으로 보이며, 여러 지역에서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갠달프, 미스란디르. 본명은 올로린.



반지의 제왕이 끝날 무렵 알려지고, 또 실마릴리온이라던가 기타 톨킨의 글들을 통해 알려진바로 갠달프는 인간이 아닌 마이어로 신적 존재인 발라들의 종속이라 볼 수 있다. 그의 수명은 이미 수천년에 달했고, 중간계에 파견된 목적은 전술한바와 같이 사우론의 위협에 맞서 중간계의 거주민들을 이끄는 역할을 맡기 위해서였다. 이러한 막중한 임무를 위해 발라는 회색의 갠달프만을 파견한 것은 아니었다. 갠달프를 포함 모두 다섯명의 마이어를 보냈는데 그들은 ‘이스타리’라 불리워졌다.

이들 이스타리는 그 힘과 권능에 따라 다른 색을 부여받는데 백색이 그 으뜸으로, 다섯 이스타리 가운데 가장 강력한 힘과 지혜를 가진 인물은 바로 백색의 사루만이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쿠르니르라 불리우기도 했다.


다음은 회색의 갠달프. 그는 끝까지 자신의 임무를 망각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수행한 이스타리로, 발록과의 대결 후에는 우주의 심연을 바라보고 발라들에 의해 더욱 강력한 권능을 얻어 백색의 갠달프로 탈바꿈하게된다.

갈색의 래더가스트는 영화에는 등장하지 못했다. 책 속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지는 않지만 이야기 전개에 하나 흐름을 잡고 있기는 한데, 회색의 갠달프에게 사루만의 말을 전한 것도 래더가스트이고, 사루만에게 새들을 통해 여러 정보를 전달해준 것 역시 래더가스트이다. 그러나 래더가스트는 사루만처럼 타락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사실상 사우론에 대항해야한다는 자신의 임무를 망각한 상태였고, 세상을 돌아다니며 새들과 대화하는 것을 즐긴 인물이었다. 그는 사루만을 돕는 것이 자신이 본래 지녔던 임무에 도움이 되리라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후에 사루만과 갠달프의 대화에서 사루만이 래더가스트를 힐난하는 것을 통해 밝혀진다.

마지막 두 이스타리는 반지의 제왕에서는 언급된바 없다. 심지어는 실마릴리온에서도 자세한 사항을 찾을 수 없는데, 이 둘의 이름은 각각 알라터와 팰란도. 색은 청색이었다. 전해지기로는 이들은 동부로 여행을 떠났으며 그 후 돌아오지 못했다고 한다. 적에 의해 살해되었거나 임무를 망각했거나 타락했을 가능성이 있다.

사루만의 타락

회색의 갠달프가 래더가스트로부터 사루만의 전언을 듣고 백색의 탑으로 달려갔고, 그 곳에서 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사루만은 자신의 타락을 드러내고 갠달프를 백색의 탑 오르상크의 꼭대기에 가둬버린다.

사루만은 사우론과 그 어둠의 힘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해왔고 아마도 그 와중에 절대 반지가 갖는 위력에 매력을 느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연구와 지식에의 접근이 이 훌륭하고 지혜로운 마법사를 타락시켰으리라고는 상상하기 힘들다. 팔란티르 신석이라는 마법의 유물을 이용하며 사루만은 보다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그 와중에 그만 사우론과 마주치게 되고 사우론의 힘에 대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타락해버린 것이다. 이 팔란티르 신석은 참으로 묘한 물건이다. 사루만과는 경우가 조금 다르지만 후에 곤도르의 섭정 데네도르 역시 팔란티르 신석으로 인해 파멸로 치닫게 되니까.

사루만의 타락은 중간계의 또하나의 위협으로 다가온다. 사루만은 신성회의(이스타리들과 요정 왕과 영주들, 인간의 왕들과 영주들로 구성된)의 의장으로 사우론에 대적하는 자유민들의 강점과 약점을 잘 파악하고 있었으며, 그 자신 스스로도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마이어였기 때문이다. 이는 반지의 제왕 2부 두개의 탑에서 로한을 잠식해가는 우울한 사건들로 이어진다.


개인적으로는 변화가 많을뿐더러 인간이 아니지만 인간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 사루만이라는 캐릭터에 나는 어떤 매력을 느낀다. 사루만은 사우론의 눈길에 사로잡혀 타락한 것이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절대 권력에 대한 주체못할 지향으로 인해 타락했다는 것이 올바르다. 영화에서는 사루만과 사우론의 미묘한 갈등 관계가 제대로 보여지지 못했는데, 책에서는 보로미르를 살해하고 메리와 피핀을 납치해가는 무리가 사루만의 우룩 하이들로만 구성된 것이 아닌 사우론의 오크들과 함께 구성되어있고, 이 두 무리는 자신들의 주인을 대변해 갈등을 표출한다. 사루만은 절대 반지를 사우론에게 건내줄 의사가 없었던 것이다.

영화 속 갠달프와 사루만의 마법 대결은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다. 그 것은 어찌보면 재미있었는데, 진실로 재미있었다는 얘기는 아니며 어설픈 동양 액션 따라하기에 대한 조소 비슷한 것이라면 정확하리라. 피터 잭슨은 영화 속의 많은 이미지들을 이전의 애니메이션으로부터 얻어왔으리라 여겨진다. 그 것은 하나의 원작에 쓰여진 묘사를 충실히 영상에 담으려한 두 감독이 결국 같은 결과를 얻었으리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다른 길의 같은 목적지로 치부하기에는 유사한 점이 너무나 많다. 그리고 피터 잭슨의 의도가 어떠했든간에 그의 장면 장면의 연출은 많은 팬들이 인정하듯 소설 속의 묘사를 잘 살려낸 경우가 많아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그렇지 못한 부분들도 더러 있는데 갠달프와 사루만의 마법 대결이 바로 그런 부분들 가운데 하나라 생각한다.


톨킨은 마법에 관한 묘사들을 두루뭉실하게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런 것은 직접적이지 못하지만 그의 글을 보다 환상적이고 많은 상상의 여지를 남겨두는 효과를 두었다. 애니메이션에서의 갠달프와 사루만의 대결은 그처럼 마법의 힘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보다 몽환적이고 환상적으로 표현해냈다. 피터 잭슨은 자신의 영화에 보다 많은 액션을 가미하고 싶었겠지만, 필자에게는 그런 피터 잭슨의 욕심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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