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9월 24일
[음악] 불멸의 힛트가요 현인 20

mp3 구입은 평소 엠넷(mnet.com)을 이용하지만, 알라딘에서 책을 구매하며 받은 무료 이용권이 있으므로 오랜간만에 벅스 뮤직을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음악을 즐겨 듣는 편은 아니고 트롯트는 아직(..) 취향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현인의 노래에 관심이 있던 차에 이렇게 구매를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현인 선생님은 저희 부모님 세대보다 약간 윗대의 가수로 알고 있습니다. 조부모님 세대의 가수라 해야겠지요. 해방 이후, 한국전쟁 전후를 풍미한 가수이니까요. 대한민국 가수 1호로도 유명한 분입니다.
이 앨범은 84년에 제작된 앨범으로 아는데, 정식 앨범인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유통사가 한국음원협회이니 아마 제대로 등록된 앨범이리라 추측할 뿐입니다. 수록된 곡의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비내리는 고모령 / 신라의 달밤 / 고향만리 / 서울야곡 / 청실홍실 / 애정산맥 / 세월은 가고 / 고향무정 / 영등포의 밤 / 심야의 탱고 / 굳세어라 금순아 / 럭키서울 / 신라의 북소리 / 인도의 향불 / 카네이숀 / 비가 온다 / 전우여 잘있거라 / 충청도 아줌마 / 향수에 젖어 / 이 나라의 주인이 되어
곡의 수록 순서 기준은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건 발표 연대별은 아니라는 겁니다.
음악들은 대체로 슬픈 정취를 담아내고 있더군요. 트로트의 애절한 가락 탓에도 그렇지만 당시의 혼란스런 (혹은 비극적인) 시대상 탓에도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실제 많은 노래 가사들이 당시의 시대상을 절절히 담아내고 있더군요.
우선, 47년에 발표된 <신라의 달밤> 같은 경우에는 럭키 레코드의 첫 취입곡으로 대한민국 가수 1호 현인을 인기 가수로 만들어준 곡이기도 합니다.

현인 선생님의 많은 노래가 그렇듯 박시춘 선생님이 작곡한 곡입니다. 사실, 이 노래는 현인의 노래로서라기보다는 차승원 씨과 이성재 씨가 주연한 영화를 통해서 우리 세대에 비로소 친숙해질 수 있었던 노래일지 모르겠습니다.
노래의 가사는 한 나그네가 경주를 걷던 중 걸음을 멈추어 이제는 가고 사라진 신라의 옛 정취를 그리는 정경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렇듯 '무언가에 대한 그리움 또는 향수'라는 감성이 현인 노래의 주축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를테면, <고향 만리>(1950) 같은 노래의 가사를 보면,
남쪽 나라 십자성은 어머님 얼굴
눈에 익은 너의 모양 꿈 속에 보면
꽃이 피고 새도 우는 바다 저 편에
고향산천 가는 길이 고향산천 가는 길이 절로 보이네
보르네오 깊은 밤에 우는 저 새는
이역 땅에 홀로 남은 외로운 몸을
알아주어 우는 거냐 몰라서 우는 거냐
기다리는 가슴속엔
기다리는 가슴속엔 고동이 운다.
<비내리는 고모령>(1948) 역시 그런 감성이 잘 드러나있는데...
부엉새도 울었다오 나도 울었소
가랑잎이 휘날리는 산마루턱을
넘어 오던 그날 밤이 그리웁고나
맨드라미 피고 지고 몇 해이던가
물방아간 뒷전에서 맺은 사랑아
어이해서 못 잊느냐 망향초 신세
비 내리는 고모령을 언제 넘느냐
어머니와 헤어져 망향초 신세가 된 누군가의 애절한 향수며 그리움이 절절이 녹아있습니다.
일제강점기, 징용을 끌려가 태평양 전선에, 만주와 동남아 전선에 투입되었던 이들의 사연을 그렸다는 얘기가 있더군요. 고모령이란 장소가 징병을 끌려가던 자식과 부모가 이별을 하던 장소였다고도 하고, 고모령이라는 이름이 '자꾸 뒤를 돌아보는 어머니'라는 뜻에서 돌아볼 顧와 어미 母 자를 써서 지어진 것이라 합니다.

출처: http://cafe.naver.com/kkkhanami
현인의 노래들이 대체로 가늘고 떨림이 많은 목소리로 슬픈 정취를 전달하는데 반해, <고향무정>의 경우에는 같은 주제를 갖고도 좀 더 낮고 무거운 목소리에 느릿하고 서정적인 곡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통된 주제에서 보듯 어쩌면 이런 향수에 대한 감성이야말로 이 당시 노래들의 전반적인 특성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앞서의 곡들이나 남인수의 <가거라 삼팔선>(1946) 같은 곡을 보면, 일제강점기의 강제 징용, 삼팔선 분단 또는 한국전쟁으로 인한 망향 등이 시대적 배경으로서 녹아든 까닭입니다.
<럭키 서울>은 49년에 발표된 노래인데, 알파벳 독음을 규칙적으로 반복하는 가사에 경쾌한 리듬을 보태어 해방 이후 활기찬 서울의 정경을 떠올리게 합니다.
태양의 거리에는 희망이 솟네
타이프 소리로 해가 저무는
빌딩가에서도 웃음이 솟네
너도 나도 부르자 희망의 노래
다 같이 부르자 서울의 노래
S.E.O.U.L S.E.O.U.L 럭키 서울
서울의 거리는 청춘의 거리
청춘의 거리에는 건설이 있네
역마차 소리도 흥겨러워라
시민의 합창이 우렁 차구나
너도 나도 부르자 건설의 노래
다 같이 부르자 서울의 노래
S.E.O.U.L S.E.O.U.L 럭키 서울
서울을 배경으로 한 노래는 그외에도 이 앨범에 몇 곡 더 있습니다. <영등포의 밤>은 낮은 목소리 톤의 절절한 청춘의 사랑 노래이고, 40년대 후반에 발표되었다는 <서울야곡> 같은 노래도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 세련된 외국풍 가락 속에 '쇼윈도 그라스'며 '마로니에' 같은 단어들이 눈에 띄더군요. <서울야곡>은 라틴 리듬이 차용된 노래에 해당되는 듯 한데, 관련한 기사가 다음과 같습니다.
(... 전략) 1950년대에 유행한 라틴 리듬이 맘보만은 아니었다. 차차차, 탱고 등의 댄스 리듬이 한국 가요로 만들어지는 데는 그다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누구나 다 알만한 노래들인 ‘노래가락 차차차’, ‘비의 탱고’ 등은 그 중 일부에 불과하다. 당시 작곡가들의 참으로 왕성한 ‘외래문화 수용능력’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시기를 더 소급할 수도 있겠지만, 현인이 ‘서울야곡’을 발표했던 1940년대 후반에는 라틴 리듬이 매우 이국적이고 희귀한 것이었고 1950년대 중후반에 이르러 ‘일반화’, ‘대중화’되었음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 후략) ( <맘보, 차차차, 탱고의 시대>, 대중음악평론가 이용우의 한겨례 기고 글 中)
사실 따져보면 <서울야곡>보다는 앨범에 수록된 <심야의 탱고> 같은 경우가 좀 더 전형적인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제목만으로도 알 수 있듯 탱고풍의 경쾌한 노래죠. 음이 지금 들어도 손색이 없을만치 세련되었네요. (다만, 이 곡이 현인의 곡이 원곡인가는 잘 모르겠지만요. 워낙 오래된 가수라 다른 가수들이 현인의 곡을 다시 부르기도 했거니와, 이 앨범 자체도 다른 가수의 곡을 현인이 부른 사례가 있는 것도 같습니다.)
한편, <전우야 잘있거라>(1951)의 경우는 인천상륙작전 이후, 낙동강 방어선을 돌파하고 북진을 하던 상황에서 작곡된 노래인데 군가로 애용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에게는 이래저래 몹시 친숙한 노래입니다. (<전우여 잘자라>, <전우의 시체>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져 있지요.)
이 곡은 영화 <돌아오지 않는 해병>(이만희 감독, 1963)에서 주제가로 사용되기도 하였습니다만, 제가 받은 mp3의 곡과 우리가 흔히 아는 4절짜리 가사에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이건 이 당시 노래들을 찾다보면 자주 발견되는 경우인데요... 위에 소개했던 <고향만리> 같은 경우에도 원곡은 3절인데 반해 2절짜리로 취입된 경우라 하는 글을 봤습니다. (또 2절짜리 가사라해도 노래마다 가사가 조금씩 다릅니다;;) 당시 기술 탓이었던지 트랙 길이상 2절로 축약시키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고요. 또 후대에 가사를 고친 경우도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낙동강아 잘 있거라 우리는 전진한다
원한이야 피에 맺힌 적군을 무찌르고서
꽃잎처럼 떨어져간 전우야 잘자라
우거진 수풀을 헤치면서 앞으로 앞으로
추풍령아 잘있거라 우리는 돌진한다
달빛어린 고개에서 마지막 나누어 먹던
화랑담배 연기속에 사라진 전우야
고개를 넘어서 물을 건너 앞으로 앞으로
한강수야 잘있더냐 우리는 돌아왔다
들국화도 송이송이 피어나 반기어주는
노들강변 언덕위에 잠들은 전우야
터지는 포탄을 무릅쓰고 앞으로 앞으로
우리들이 가는 곳에 삼팔선 무너진다
흙이 묻은 철갑모를 손으로 어루만지니
떠오른다 네 얼굴이 꽃같이 별같이
1절은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으로 낙동강 전선을 뒤로 하고 전진하는 상황이 그려져있는데, 이 노래 덕분에 누구에게나 친숙한 화랑담배! 가사에 등장하는 화랑 담배는 당시의 군용지급 담배라고 합니다. 그 후로도 수십 년을 보급되다 사라진 것으로 아는데,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이 담배에 관한 재미있는 포스트들을 읽을 수 있습니다. 어떤 분께서는 화랑 담배갑을 복원해 만드는 분도 계시더군요.
아래는 전쟁기념관에서 찍었던 사진인데, 전쟁 당시에도 실제 저 모양이었는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화랑 담배의 담배갑 디자인도 너무 다양하거든요. 이 전시품 앞에 선 어느 할아버지께서는 당신의 친구에게 화랑 담배를 가리켜보이며 전쟁 당시 불렀을 노래 한곡조를 뽑으셨습니다.

3절에서는 한강 수복과 더불어 개전 직후 서울을 방어하며 죽어간 전우들을 그리고 있고, 4절에서는 삼팔선을 넘어 북진하는 상황을 그리고 있습니다. 제가 구입한 mp3에 들어있는 노래 가사는 평소 듣던 4절짜리와는 달리 3절짜리였는데, 3절의 경우 3절과 4절이 적당히 취합되어있는 형태였습니다.
또, 우리 세대에는 동명의 드라마로 더욱 친숙한 <굳세어라, 금순아>(1953)는 한국전쟁 당시 최후의 피난처였던 부산의 정경을 담아내고 있다고 하지요.
영도대교 인근, 현인 동상 곁에 있는 노래비가 바로 <굳세어라, 금순아>의 노래비랍니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봤다 찾아를 보았다
금순아 어디로 가고 길을 잃고 헤매었더냐
피눈물을 흘리면서 일사이후 나 홀로 왔다
일가친척 없는 몸이 지금은 무엇을 하나
이 내 몸은 국제시장 장사치기다
금순아 보고 싶구나 고향 꿈도 그리워질 때
영도다리 난간위에 초승달만 외로이 떴다
물론, 이렇게 비극적인 시대상과 울적한 심경만을 다룬 노래만 있는 건 아닙니다. 전쟁이 끝난 후, 50년대 중반의 <청실홍실>은 영원한 노래 주제라는 '사랑'을 두고 제법 흥겨운 가락조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노래가 라디오 드라마 <청실홍실>의 주제가로 히트곡이 된 케이스라는 것이지요. 이후로 드라마나 영화의 '주제가'는 일종의 정석이 되었다고 합니다. (네이버 백과사전)
그보다 좀 이른 시기의 작품입니다만, <애정산맥>의 경우에도 사랑을 주제로 한 노래인데, 애정이며 청춘을 인생의 고달픈 산맥으로 비유한 모양새가 재미있습니다.
헤어지면 그리웁고 그리우면 가슴 태는
사랑의 길목마다 날아 드는 꽃송이들아
간밤에 맺은 꿈은 다시 필 꿈이었더냐
청춘 산맥 둘러보면 사랑선은 애달픈 길
달빛 어린 창가에서 불러보는 님의 노래
추억에 조각마다 날으는 꽃나비들아
당신의 얼굴 위에 사랑등이 아롱거린다
# by | 2009/09/24 18:21 | [리뷰] 각종 리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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