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7월 08일
降臨 #3-2: 적 그리스도의 출생 신고
#3-2: 적 그리스도의 출생 신고. ((퇴고일: 2008. 7.8))
"엄마, 나 학교 갈래."
"이 미친놈이 뭐라는 거야?"
민규의 나이 일곱 살. 적 그리스도는 계획의 첫 단계에서 가정환경이라는 문제에 봉착했다. 그는 굴하지 않았다. 이외수는 말했다. '모든 성공은 장애물 너머에서 그대가 오기를 기다린다.'
민규의 끈질긴 설득과 민규를 아끼는 창녀들의 동참- 민규의 실질적인 어머니 역할을 해온 그녀들은 민규의 영민함을 들어 그 의견에 수긍했다-을 지켜보던 포주가 피식 웃으며 민규 모에게 동사무소라도 가서 출생신고부터 하라고 일러주었다.
민규 모는 민규의 손을 잡고 길을 나섰다. 가슴이 깊이 팬 헐렁한 원색 상의 위로 속이 비치는 하늘하늘한 얇은 레이스 복. 아래로는 아슬아슬한 미니스커트 차림이었다. 동사무소에서 순번대기표를 뽑아 의자에 앉아있으려니 그녀의 꼬고 앉은 다리로 남자들의 음란한 - 드물게는 순진한 - 시선이 슬금슬금 기어들었다. 민규 모는 껌을 짝짝 씹으며 그런 남자들을 태연히 쳐다보았는데 시선이라도 마주칠라면 상대는 얼굴을 붉히거나 무안해하며 황급히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그녀는 그런 모습을 보며 냉소를 흘린다.
이를 못마땅하게 살피던 동사무소의 젊은 여직원이 우연히 민규 모를 맡게 되었다. 순번대기표란 일종의 사다리 타기와도 같은 것이었다. 때로는 대기석에 있던 잘생긴 남자의 등초본 발급을 맡기도 하지만, 어떨 때는 반쯤 정신 나간 주민의 앞뒤 없는 민원에 직면할 수도 있었다.(*주1) 순발력이 필요한 예측불허의 싸움. 앳된 동사무소 9급 공무원에게 이 날은 왠지 일진이 사나운 날이었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애 출생신고 하고 학교 좀 보내려고요."
냉랭한 목소리의 여직원은 슬며시 눈길을 민규에게로 돌린다. 어린 듯하면서도 어른스럽고 순진한 듯 하면서도 어딘가 장난기 가득한 민규의 이중적인 눈길. 그러나 이목구비 또렷하고 똘똘하게 생긴 얼굴은 제법 호감이 가는 상이다. 그 때문인지 민규 모에게 품은 애매한 적개심이 어느덧 호기심과 동정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너는 이름이 뭐니?"
그녀의 다정한 목소리에 민규는 안심하며 대답했다.
"민규. 안민규예요."
"몇 살?"
"일곱 살이요."
"애가 일곱 살인데 이제 출생신고를 하세요?"
"너 일곱 살이었니?" 민규 모는 껌을 짝짝 씹으며 여직원을 달한다. "암튼 그게 뭔 상관이람. 바쁘니까 빨리 출생 신고나 해줘요."
민규 모는 여직원이 건네 준 서류 때문에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깊게 파인 상의로 가슴이 드러나자 여직원의 뒤쪽을 서성이던 동사무소 직원이 침 삼키는 소리를 내고 말았다. 꼴깍. 여직원이 휙하고 고개를 돌리기 무섭게 남자 직원은 허겁지겁 서류를 챙겨들고 자리를 옮겼다. 입꼬리를 올려붙이던 민규 모는 자신의 한자 이름란에 이르러 펜을 휙휙 돌렸다.
"넌 나이도 어린 게 왜 학교는 간다고 해서 엄말 고생시키니?"
민규 모가 민규를 애꿎게 나무라자 여직원은 상황을 눈치 채고서 주민등록증을 찾아보라 권했다. 민규 모가 꺼낸 주민등록증. 안민희. 나이는 스물셋으로 여직원과 동갑이다. 도대체 이 여자는 애를 언제 낳은 거야? 여직원은 소리 없이 혀를 찼다.
민규 모의 바쁜 손길은 아이의 부친 인적란에서 다시 한번 멈췄다. 이때는 민규에게 면박을 주는 대신 핑크빛 싸구려 핸드백 안에서 휴대폰을 꺼내어 들었는데 착신음 끝에 들려온 목소리는 얼핏 듣기로 포주의 것인 듯싶었다.
- 어, 민희냐. 민규 출생신고는 다 끝났고?
"아직 안 끝났어. 삼촌 민증번호나 좀 불러줘."
- 갑자기 내 민증번호는 왜?
"애 아빠 인적사항을 적어야 해. 근데 그게 누군지를 알아야지. 그냥 삼촌 이름으로 적게."
- 뭐? 이 꼴통 같은 년이! 누구 불알 쌈 싸먹는 소리야!
"왜? 삼촌이 애 아빠일 수도 있잖아."
쨍쨍거리는 통화 끝에 민규 모는 짜증스럽게 얼굴을 찡그리며 휴대폰을 닫아버렸다.
"싫음 말지. 왜 아침부터 욕질이래, 미친놈."
그러고는 여직원에게 무심하게 시선을 꽂는다.
"애 아빠가 누군지 몰라서 그러는데, 그냥 안 적으면 안 돼요?"
잘못 듣기로는 근친상간이 의심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주2) 그러나 일의 전후를 짐작한 여직원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는 정말이지 부끄러움을 모르는 여자였다.
"그러세요."
"그럼 진작에 그렇다고 말해주지. 애꿎게 욕만 먹었네."
그렇게 다사다난했던 기재절차를 마치며 민규 모가 직원에게 물었다.
"근데 이거 끝내면 얘 학교에 보낼 수 있는 거죠?"
"민규 나이는 올해 일곱이잖아요. 내년에나 갈 수 있겠죠."
"어? 나 올해 가야 하는데."
이건 사활이 걸린 큰 문제였고 놀란 민규는 여직원에게 사정했다.
"누나, 저 올해 꼭 학교에 가야 해요."
"이건 법으로 정해진 거야. 그리고 학교 일찍 가서 좋을 거 하나도 없어."
여직원은 친누나라도 되는 양 자상하게 말했지만, 일에 대한 태도에는 의외로 단호한 구석이 있었다. 민규는 못미더운 어머니에게 일을 맡기는 대신 스스로 그녀를 설득할 수 있는 여러 기술을 궁리해보았다. 상대는 앳되지만 사회에 막 나와 연애와 섹스에 한창 관심이 많을 여자였다. 프렌즈나 섹스 앤 더 시티 같은 개방적인 성문화를 담은 현대 드라마는 사회에 진출하는 여성들의 성적 기대감을 고양시키곤 했던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민규는 자신의 눈에 음란하고도 매혹적인 감정을 투사했다. 그의 교묘하게 제어된 성조의 목소리가 여직원의 귓가를 스쳐 성감을 자극했다.
"누나, 전 학교에 가야 한단 말예요."
이 짧은 한마디는 여직원을 돌연 숨이 막힐 듯한 긴장감에 도취시켰는데 어린 민규에게서 발산되는 교묘한 성적 매력이 넝쿨처럼 그녀의 허벅지를 타고 깊은 곳으로 뻗쳐 들어오고 있었다.
어, 갑자기 내가 왜 이러지? 얘는 애잖아. 일곱 살 꼬마애!
눈빛이 묘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럴 줄은 몰랐다. 인간들이 서브리미널 효과라 부르는 부정한 존재들의 오래된 기술 덕에 학교에 가고 싶다는 평범한 말 한마디가 여직원의 가슴을 뛰게 하고 몸을 찌릿한 전류를 흘려보내는 것이다. 민규의 눈빛과 말 속에 숨은 음탕한 술수를 알지 못한 그녀는 스스로를 꾸짖으며 가까스로 유혹을 거부했다.
"아, 안돼."
그러나 상대의 동요를 눈치 챈 민규가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그는 고삐를 죄일 차례라는 것을 알았다. 의자를 밟고 올라선 민규가 접수대 위로 몸을 반쯤 기울여 여직원의 귓가로 속삭이듯 말한다.
"누나, 절 학교에 보내주면 기분 좋게 해드릴게요."
아아, 난 변태인가 봐. 허락해버릴 것 같아. (*주3) 눈을 동그랗게 뜬 여직원이 일곱 살 남자 아이 앞에서 얼굴을 붉히며 함락 직전의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그때 민규의 눈앞으로 빛이 번쩍였고 민규 모는 아이의 목덜미를 잡아 뒤로 끌어냈다.
"미친 새끼. 어디서 이상한 것만 배워 갖고는. 서류 다시 줘요. 내가 생년월일을 잘못 적었어. 얘는 올해로 여덟 살이야."
물론, 민규는 일곱 살이었고 민규 모는 아들의 교육에 대해 아무런 관심과 열정이 없었다. 뒤늦은 출생신고로 10만원이 넘는 과태료가 추징되었을 때 민규의 계획에는 다시 한번 위기가 찾아왔지만, 어찌되었건 민규는 조기 입학에 성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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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이는 대기 열에 선 사람이 접수인을 마주하게 되는 역의 상황에서도 성립하는데, 이 경우에는 여러 장의 순번 대기표를 확보해 비교적 자연스럽게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 가능하다.
*주2) 한국의 매춘 사회는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유사가족적 관계를 중요한 특징으로 삼는다. 매춘부들이 서로를 언니나 동생으로 부르거나 혈연관계가 없는 포주를 '삼촌'이라 부르는 것은 이런 유사가족적 유대를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풀이된다.
*주3) 남성 독자분들의 성공적 연애 사업에 도움을 주고자 주석을 덧붙인다. 여직원의 반응을 이끌어낸 민규의 서브리미널 신호를 해석하면 '나랑 빠구리 뜨자. 돼지 쌍년아'가 된다.
(*For english translator: This sentece which is a famous hunting ment in S.Korea must be translated as "Let's Sex. Pig you bitch.")
"엄마, 나 학교 갈래."
"이 미친놈이 뭐라는 거야?"
민규의 나이 일곱 살. 적 그리스도는 계획의 첫 단계에서 가정환경이라는 문제에 봉착했다. 그는 굴하지 않았다. 이외수는 말했다. '모든 성공은 장애물 너머에서 그대가 오기를 기다린다.'
민규의 끈질긴 설득과 민규를 아끼는 창녀들의 동참- 민규의 실질적인 어머니 역할을 해온 그녀들은 민규의 영민함을 들어 그 의견에 수긍했다-을 지켜보던 포주가 피식 웃으며 민규 모에게 동사무소라도 가서 출생신고부터 하라고 일러주었다.
민규 모는 민규의 손을 잡고 길을 나섰다. 가슴이 깊이 팬 헐렁한 원색 상의 위로 속이 비치는 하늘하늘한 얇은 레이스 복. 아래로는 아슬아슬한 미니스커트 차림이었다. 동사무소에서 순번대기표를 뽑아 의자에 앉아있으려니 그녀의 꼬고 앉은 다리로 남자들의 음란한 - 드물게는 순진한 - 시선이 슬금슬금 기어들었다. 민규 모는 껌을 짝짝 씹으며 그런 남자들을 태연히 쳐다보았는데 시선이라도 마주칠라면 상대는 얼굴을 붉히거나 무안해하며 황급히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그녀는 그런 모습을 보며 냉소를 흘린다.
이를 못마땅하게 살피던 동사무소의 젊은 여직원이 우연히 민규 모를 맡게 되었다. 순번대기표란 일종의 사다리 타기와도 같은 것이었다. 때로는 대기석에 있던 잘생긴 남자의 등초본 발급을 맡기도 하지만, 어떨 때는 반쯤 정신 나간 주민의 앞뒤 없는 민원에 직면할 수도 있었다.(*주1) 순발력이 필요한 예측불허의 싸움. 앳된 동사무소 9급 공무원에게 이 날은 왠지 일진이 사나운 날이었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애 출생신고 하고 학교 좀 보내려고요."
냉랭한 목소리의 여직원은 슬며시 눈길을 민규에게로 돌린다. 어린 듯하면서도 어른스럽고 순진한 듯 하면서도 어딘가 장난기 가득한 민규의 이중적인 눈길. 그러나 이목구비 또렷하고 똘똘하게 생긴 얼굴은 제법 호감이 가는 상이다. 그 때문인지 민규 모에게 품은 애매한 적개심이 어느덧 호기심과 동정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너는 이름이 뭐니?"
그녀의 다정한 목소리에 민규는 안심하며 대답했다.
"민규. 안민규예요."
"몇 살?"
"일곱 살이요."
"애가 일곱 살인데 이제 출생신고를 하세요?"
"너 일곱 살이었니?" 민규 모는 껌을 짝짝 씹으며 여직원을 달한다. "암튼 그게 뭔 상관이람. 바쁘니까 빨리 출생 신고나 해줘요."
민규 모는 여직원이 건네 준 서류 때문에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깊게 파인 상의로 가슴이 드러나자 여직원의 뒤쪽을 서성이던 동사무소 직원이 침 삼키는 소리를 내고 말았다. 꼴깍. 여직원이 휙하고 고개를 돌리기 무섭게 남자 직원은 허겁지겁 서류를 챙겨들고 자리를 옮겼다. 입꼬리를 올려붙이던 민규 모는 자신의 한자 이름란에 이르러 펜을 휙휙 돌렸다.
"넌 나이도 어린 게 왜 학교는 간다고 해서 엄말 고생시키니?"
민규 모가 민규를 애꿎게 나무라자 여직원은 상황을 눈치 채고서 주민등록증을 찾아보라 권했다. 민규 모가 꺼낸 주민등록증. 안민희. 나이는 스물셋으로 여직원과 동갑이다. 도대체 이 여자는 애를 언제 낳은 거야? 여직원은 소리 없이 혀를 찼다.
민규 모의 바쁜 손길은 아이의 부친 인적란에서 다시 한번 멈췄다. 이때는 민규에게 면박을 주는 대신 핑크빛 싸구려 핸드백 안에서 휴대폰을 꺼내어 들었는데 착신음 끝에 들려온 목소리는 얼핏 듣기로 포주의 것인 듯싶었다.
- 어, 민희냐. 민규 출생신고는 다 끝났고?
"아직 안 끝났어. 삼촌 민증번호나 좀 불러줘."
- 갑자기 내 민증번호는 왜?
"애 아빠 인적사항을 적어야 해. 근데 그게 누군지를 알아야지. 그냥 삼촌 이름으로 적게."
- 뭐? 이 꼴통 같은 년이! 누구 불알 쌈 싸먹는 소리야!
"왜? 삼촌이 애 아빠일 수도 있잖아."
쨍쨍거리는 통화 끝에 민규 모는 짜증스럽게 얼굴을 찡그리며 휴대폰을 닫아버렸다.
"싫음 말지. 왜 아침부터 욕질이래, 미친놈."
그러고는 여직원에게 무심하게 시선을 꽂는다.
"애 아빠가 누군지 몰라서 그러는데, 그냥 안 적으면 안 돼요?"
잘못 듣기로는 근친상간이 의심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주2) 그러나 일의 전후를 짐작한 여직원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는 정말이지 부끄러움을 모르는 여자였다.
"그러세요."
"그럼 진작에 그렇다고 말해주지. 애꿎게 욕만 먹었네."
그렇게 다사다난했던 기재절차를 마치며 민규 모가 직원에게 물었다.
"근데 이거 끝내면 얘 학교에 보낼 수 있는 거죠?"
"민규 나이는 올해 일곱이잖아요. 내년에나 갈 수 있겠죠."
"어? 나 올해 가야 하는데."
이건 사활이 걸린 큰 문제였고 놀란 민규는 여직원에게 사정했다.
"누나, 저 올해 꼭 학교에 가야 해요."
"이건 법으로 정해진 거야. 그리고 학교 일찍 가서 좋을 거 하나도 없어."
여직원은 친누나라도 되는 양 자상하게 말했지만, 일에 대한 태도에는 의외로 단호한 구석이 있었다. 민규는 못미더운 어머니에게 일을 맡기는 대신 스스로 그녀를 설득할 수 있는 여러 기술을 궁리해보았다. 상대는 앳되지만 사회에 막 나와 연애와 섹스에 한창 관심이 많을 여자였다. 프렌즈나 섹스 앤 더 시티 같은 개방적인 성문화를 담은 현대 드라마는 사회에 진출하는 여성들의 성적 기대감을 고양시키곤 했던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민규는 자신의 눈에 음란하고도 매혹적인 감정을 투사했다. 그의 교묘하게 제어된 성조의 목소리가 여직원의 귓가를 스쳐 성감을 자극했다.
"누나, 전 학교에 가야 한단 말예요."
이 짧은 한마디는 여직원을 돌연 숨이 막힐 듯한 긴장감에 도취시켰는데 어린 민규에게서 발산되는 교묘한 성적 매력이 넝쿨처럼 그녀의 허벅지를 타고 깊은 곳으로 뻗쳐 들어오고 있었다.
어, 갑자기 내가 왜 이러지? 얘는 애잖아. 일곱 살 꼬마애!
눈빛이 묘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럴 줄은 몰랐다. 인간들이 서브리미널 효과라 부르는 부정한 존재들의 오래된 기술 덕에 학교에 가고 싶다는 평범한 말 한마디가 여직원의 가슴을 뛰게 하고 몸을 찌릿한 전류를 흘려보내는 것이다. 민규의 눈빛과 말 속에 숨은 음탕한 술수를 알지 못한 그녀는 스스로를 꾸짖으며 가까스로 유혹을 거부했다.
"아, 안돼."
그러나 상대의 동요를 눈치 챈 민규가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그는 고삐를 죄일 차례라는 것을 알았다. 의자를 밟고 올라선 민규가 접수대 위로 몸을 반쯤 기울여 여직원의 귓가로 속삭이듯 말한다.
"누나, 절 학교에 보내주면 기분 좋게 해드릴게요."
아아, 난 변태인가 봐. 허락해버릴 것 같아. (*주3) 눈을 동그랗게 뜬 여직원이 일곱 살 남자 아이 앞에서 얼굴을 붉히며 함락 직전의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그때 민규의 눈앞으로 빛이 번쩍였고 민규 모는 아이의 목덜미를 잡아 뒤로 끌어냈다.
"미친 새끼. 어디서 이상한 것만 배워 갖고는. 서류 다시 줘요. 내가 생년월일을 잘못 적었어. 얘는 올해로 여덟 살이야."
물론, 민규는 일곱 살이었고 민규 모는 아들의 교육에 대해 아무런 관심과 열정이 없었다. 뒤늦은 출생신고로 10만원이 넘는 과태료가 추징되었을 때 민규의 계획에는 다시 한번 위기가 찾아왔지만, 어찌되었건 민규는 조기 입학에 성공할 수 있었다.
----
*주1) 이는 대기 열에 선 사람이 접수인을 마주하게 되는 역의 상황에서도 성립하는데, 이 경우에는 여러 장의 순번 대기표를 확보해 비교적 자연스럽게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 가능하다.
*주2) 한국의 매춘 사회는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유사가족적 관계를 중요한 특징으로 삼는다. 매춘부들이 서로를 언니나 동생으로 부르거나 혈연관계가 없는 포주를 '삼촌'이라 부르는 것은 이런 유사가족적 유대를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풀이된다.
*주3) 남성 독자분들의 성공적 연애 사업에 도움을 주고자 주석을 덧붙인다. 여직원의 반응을 이끌어낸 민규의 서브리미널 신호를 해석하면 '나랑 빠구리 뜨자. 돼지 쌍년아'가 된다.
(*For english translator: This sentece which is a famous hunting ment in S.Korea must be translated as "Let's Sex. Pig you bitch.")
# by | 2008/07/08 14:22 | [소설] 降臨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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