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 본격 인간성찰 야설 (1)~(2) [소설] 그 외

정소라


 1


 여기 두 사람의 여인이 있다.


 2


 한 여성의 이름은 소라이다. 남해의 작고 조용한 어촌 출신이었던 아버지는 자신이 얻은 첫 딸의 이름에 고향에 대한 향수를 아로새겼다. 소라……. 그녀는 그 이름을 좋아했다. “너에게선 바다의 냄새가 나는 것 같아.” 농밀한 사랑을 나눌 때면, 그녀의 남자친구는 비릿한 정액 냄새 속에서 그녀의 머리에 코를 박은 채 그런 말을 하곤 했었다. 그런 그가 그녀에게 처음 관심을 가진 것은 출석 때 듣게 된 그녀의 이름 탓이었다. 그 또한 바다를 마주한 마을에서 상경한 젊은이였고, 고향에 대한 작은 향수를 종종 그녀에게서 달래곤 하였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동양사 개론 수업 때의 일이었다. 두터운 안경알 너머로 눈을 뒤룩거리던 교수가 학생들의 지친 기색을 살피며 휴식시간을 갖자고 말했을 때, 그는 수줍게 웃으며 다가와 작고 파란 렛쓰비 캔 커피를 그녀의 책상에 올려놓았다.


 “이거 드세요. 옆 자리에 잠깐 앉아도 될까요?”


 그는 소라가 답을 할 새도 없이 주섬주섬 통로 곁, 그녀의 옆 자리에 앉았다. 소라와 그녀의 친구는 이 생면부지의 남자에게 긴장했지만 지금에 와 생각하면 그 긴장도 그저 설레는 기대감이었을지 모를 일이다. 왠지 포근한 느낌을 주는, 이 서글서글한 인상의 남자는. 짙고 부드러운 눈동자로 소라의 눈을 그윽하게 마주하고 있었다. 이성(異姓)에 대한 이 대담한 행동에 소라는 저도 모르게 눈길을 돌렸지만 어느새 가슴은 쿵쿵거리며 고동치기 시작했다.


 “초면에 실례가 아닌가 모르겠네요. 역사학과 학생이시죠?”
 “네.”


 어색히 책상에 시선을 던지고서 들릴 듯 말 듯 조그만 목소리로 답하던 소라에게, 그는 그녀가 자신을 보고 있기라도 한다는 듯 살며시 미소를 지어보였다.


 “반갑네요. 저도 역사학과 출신인데 이번 학기에 복학을 했어요.”


 소라가 답을 못하는 사이, 소라의 곁에 앉은 칮구가 입술을 빼죽이며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여기도 사람이 있거든요? 커피가 없어서 왠지 뻘줌한 사람이요.”


 주근깨 빼빼마른 소라의 친구는 예의 쾌활한 성격대로 - 그런 성격이 소라와 친구를 잇는 가교였다 - 능청스럽게 두 사람의 어색한 대화에 끼어들었다. 남자는 그녀의 친구를 바라보며 멋쩍게 웃었다.


 “미안해요. 근데 두 사람 모두에게 커피를 갖다 주면 제 의도가 오해받을 까봐요. 제가 관심이 있는 쪽은 후배님의 친구인데 오해하시면 곤란하잖아요.”


 어머어머. 이제 복학하신 분이 작업 속도는 왜 이리 빠르시데? 소라의 친구가 어이없이 고개를 저었다. 소라는 얼굴이 화악 달아오르는 기분을 느끼며 우물쭈물 거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바보같이. “죄, 죄송해요. 저 잠깐. 화장실 좀.” 어……. 복학생이 무어라 말을 하기도 전에 소라는 달아나 듯 강의실을 빠져나가고 말았다.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던 여학생들이 급하게 뛰어드는 소라의 모습에 잠시 주의를 기울였지만 소라는 그녀들의 시선을 의식하지도 못하고 세면대 앞으로 다가가 물을 틀어놓았다. 양 볼에 손을 갖다댄 소라는 고개를 흔들었다.


 ‘거울 속의 내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라 있을 거야.’


 그러나 조심스럽게 얼굴을 들어 살핀 거울 속 얼굴은 여느 때처럼 하얗고 맑기만 하다. 소라는 세면대의 사용을 기다리던 학우들이 짐짓 눈치를 줄 때까지, 그리고 그 눈치를 알아챌 때까지, 그렇게 세면대 앞에 서서 두근대는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그 사이 쉬는 시간이 끝나가고 화장실의 학우들도 걸음을 서둘렀다. 어떻게 하지? 소라는 어색하게 자리를 박차고 나온 자신의 행동이 경솔했다 생각했다. 자리로 되돌아가 그 남자를 대면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망설이던 그녀는 수업이 시작되길 기다려 자리로 돌아왔다. 강의실에 들어가 그녀의 빈 자리 곁에 친구만이 남아있는 것을 보았을 때, 그녀는 안심을 하면서도 내심 막연한 실망감을 느꼈다. 그녀가 들어온 것을 안 친구가 빨리 와 앉으라고 손짓을 했다.


 “얘도 참! 아무리 부끄럽다고 그렇게 나가는 법이 어디 있니?”


 친구는 책상 위에 놓여있던 소라의 핸드폰을 열어 건네주었다. 휴대폰의 액정 화면 안에는 방금 전 수신된 문자가 출력되어 있었다.


 후배님.저때문에많이당
 황하셨나봐요.미안해요!
 ^-^; 연락처는친구분께
 양해를구하고후배님의
 폰을이용해얻었어요.수
 업이끝나고잠깐시간좀
 내주세요.


 친구는 문자를 살피던 소라를 툭툭 치고는, 소라가 고개를 들자 손을 들어 저 앞 편을 가리켰다.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기고 보니 뒤로 고개를 돌린 복학생이 웃으며 가볍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 사이 책을 들고 복학생의 앞 쪽으로 다가 선 교수님이 험험하며 숨을 고르자 복학생은 화들짝 놀라며 자세를 바로 잡았다. 친구는 그 양을 보며 킥킥거렸다. “그냥 봐서는 괜찮은 사람 같아.” 친구의 말에 소라는 아무 대답도 없이 서둘러 노트를 펼쳐놓았다.


 두 사람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2년의 시간동안, 그는 소라의 일부분이 되었고 그 또한 소라를 자신의 일부로 만들어갔다. 작고 사소한 일에도 함께 웃고, 함께 울며, 함께 생각했던 시간들.


 “너에게선 바다의 냄새가 나는 것 같아.”


 그리고 2년이 흐른 지금에, 소라는 눈물을 흘리며 그를 추억하고 있다.


덧글

  • 귀우혁 2008/03/23 00:28 # 답글

    겨...결국;;;
    이미지는 낚시임미꽈? =ㅅ=)y~~~
  • 아케트라브 2008/03/23 01:07 # 답글

    본문도 낚시임.야설아님 쳇!
  • 캐낚였�� 2008/04/09 21:22 # 삭제 답글

    ㅂㅅ졸라열심히읽었는더야설아냐 ㅇㄴ ㅂㅅ
  • 동감 2008/10/19 15:40 # 삭제 답글

    젬라
    나도 위님처럼 미친듯 읽었건만.....
  • 병선 2009/09/01 13:46 # 삭제 답글

    아 쒸 ㅡㅡ ㅄ이네 잼꼐읽어줬더니
  • Qui-gon 2009/09/01 15:27 # 답글

    이상 낚인 명단-------------
  • 낚인명단 2010/01/18 19:59 # 삭제 답글

    이런 낚인 명단 에 들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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